숨바꼭질
어느 봄날 오후
앞 못 보는 스님 한 분, 흰 지팡이 짚고
차도와 인도 사이 몇 차례 오가다
간신히 보도블록 위로 올라서더니
술래처럼 손 내밀며 헛손질을 한다
닿을 듯 말듯 곁눈질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 따라가다 허탕치고 돌아서서
옷깃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 스님
멀찌감치서 한참을 숨어 보다
나는 그 손 덥석 잡고
버스 정류소 의자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바랑 속에 숨은 봄이 말 걸었다
나는 봄을 찾고 있는 중이요
잃어버린 지 오래된 나의 봄을 찾고 있는 중이요
술래가 된 나는
말 한 마디 꺼내지 못한 채
두리봉 터널 쪽으로 가는
108번 버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