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흐르는 것도 죄인가

김욱진 2016. 11. 9. 18:36

  흐르는 것도 죄인가

 

 

기물파손죄에다 직무유기까지 덮어쓰고

억울하게 갇혀버린 낙동강 면회를 갔다

강물이 말문을 열었다

물은 물이다

편치 못한 마음 다 담은 물

길 따라 흘러왔고, 흐르고, 흘러갈 뿐

흐르는 것도 죄인가 

찍혔다

물길 거스르는 낙동강

기미 낀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그 젖줄 빨아먹고 살아온

민심도 수심처럼 쩍쩍 갈라진다

두루미 한 쌍이 달성보 한 모퉁이서

날개 오므린 채 죽어있다

취재 나온 반달 끌려간 날 밤

CCTV 검증 요구하며 몰려온 청둥오리 떼 

몇날 며칠 밤샘이 농성 벌인다

과 반 합쳐져 유유히 흐르는 강

물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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