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청도 소싸움장

김욱진 2016. 11. 9. 18:42

     청도 소싸움장    

 

 

선거유세장보다 더 뜨거운 꼭두각시 놀음판  

도핑검사 마친 우공들의 기 싸움 소소하다

붉은 깃발 펄럭이자

소갈머리 없는 소들의 박수갈채 받으며

잔치마당 들어선 뿔난 소 두 마리

각을 맞대고 정중히 인사 나누더니

예각 자세로 신들린 듯 뿔 춤을 추어댄다  

온몸에 피멍들고 눈꺼풀이 찢어져도

한 걸음조차 물러설 수 없는 단판승부  

누가 저토록 세뇌시켰나, 세상살이는 한 방이라고

승부조작 난무하는 세상 소들의 노림수는 통했다          

이런 줄 진작 알았으면 달구지 끌고 5일장 드나들 때

장돌뱅이 어깨 너머로 각설이타령 몇 소절 익혀둘 걸 

배운 거라곤 논밭 갈고 써레질하다

여물죽 받아먹고 되새김질한 짓뿐이니

이제 어쩌겠나, 코뚜레 풀린

들의 무대 한복판으로 달려가

소머리국밥 타령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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