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시회詩會
참꽃 피워 가난한 시인 한 철 먹여 살리는 비슬산
노동절 하루도 쉴 틈이 없다
숨 가쁘게 따라 부른 옛 노래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시낭송회가 이어졌다
가득 메운 사람들이 썰물처럼 싹 빠져나간다
시들시들해진 참꽃처럼
시인들만 소복 모여 앉은 시낭송장
난 그저 참, 조용한
혁명가나 한 곡 부르고 내려갈까 망설이다
넋 나간 꽃인 양
참, 좋다
참, 좋다
텅 비어서 참, 좋다
꽃말 몇 마디 시답잖게 중얼거렸더니
민심은 아래서부터 위로
붉게 붉게 번져 천심을 사로잡은 듯
웃음소리 팍, 터졌다
발품 팔아먹고 사는 나의 시는
피어 보지도 못한 채
피를 토하고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