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옷 한 벌
마실 나갔다 신물 다 빠진 월남치마 얻어 입고는
새옷 샀다며 식구들 앞에서 자랑하던 어머니
나에겐 철철이 새옷 사주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부터
일본 가서 사는 오촌 당숙이 사 둔
다랑논 서마지기 부쳐 먹는 빌미로
치매든 팔순 종조부까지 모시고 산 어머니
화병 생긴 할머니 구완하고 돌아서기 바쁘게
똥 한 사발 폭 덮어두고
질부, 질부 불러대며 밥 한 술 같이하자는 종조부
구미 다 맞춰드린 어머니
고운 치매 드셨다
장날마다 허드레 옷 한 두 벌씩 사와서
온 방에 죽 걸어두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 하나씩 입혀주고는
어디 입고 갈 새옷 한 벌 없다며
아직도 옷만 자꾸 사 모으시는 어머니
용돈 떨어지면 부리나케 전화 걸려와
입을 옷 없다며 떼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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