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새옷 한 벌

김욱진 2016. 11. 9. 19:16

           새옷 한 벌

 

 

마실 나갔다 신물 다 빠진 월남치마 얻어 입고는

새옷 샀다며 식구들 앞에서 자랑하던 어머니

나에겐 철철이 새옷 사주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부터

일본 가서 사는 오촌 당숙이 사 둔

다랑논 서마지기 부쳐 먹는 빌미로

치매든 팔순 종조부까지 모시고 산 어머니

화병 생긴 할머니 구완하고 돌아서기 바쁘게

똥 한 사발 폭 덮어두고

질부, 질부 불러대며 밥 한 술 같이하자는 종조부   

구미 다 맞춰드린 어머니

고운 치매 드셨다

장날마다 허드레 옷 한 두 벌씩 사와서

온 방에 죽 걸어두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 하나씩 입혀주고는

어디 입고 갈 새옷 한 벌 없다며  

아직도 옷만 자꾸 사 모으시는 어머니

용돈 떨어지면 부리나케 전화 걸려와

입을 옷 없다며 떼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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