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밥을 주다
등창 도려낸 자국처럼 움푹 팬
할머니 제삿밥 몇 숟갈
어둠에 짓이겨 고수레 하였더니
어미 고양이 한 마리
귀신같이 와서 먹고 갔다
그 다음날 밤
생쥐 한 마리 꽉 문 채
새끼 줄줄 데리고 왔다
재취로 시집오신 할머니처럼
가시조차 발라먹지 않은 조기
시렁 위에 가지런히 얹어두었더니
가시덤불 같은 살붙이 핥아먹는
달빛마저 한 접시 싹싹 다 긁어먹고 갔다
저승 계신 할머니
내년 이맘때까지 또 쫄쫄 굶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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