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실댁
처녀 공출 바람에
양반 가문이라는 소문만 듣고
땟거리도 없는 종갓집
열여섯에 시집 온 산골 여자
서른 다 되도록
손 이을 자식 하나 낳지 못해
입 꼬리 촉 처진 여자
이집 저집 동냥한 쌀 한 됫박 이고
담뱃대 문 시어미 눈치 보며
삼십 리 밖 돌부처한테 흠뻑 빠진 그 여자
이 다 빠진 자리에다
그 남자 웃음만 빼곡 심어놓은
속 텅 빈 그 여자
입 꾹 다물어도 합죽해진 볼선 따라
웃음 절로 번지는 그 여자
간신히 빚은 나를 돌 아이라고 부르는
그 여자, 손수 바느질해둔 수의가 헐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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