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엄지손가락

김욱진 2016. 11. 9. 19:19

      엄지손가락            

   

       

후손들 앞에서                      

항상 나를 먼저 치켜세워주고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세상

큰일 펑 터질 때마다

손도장 꾹 눌러 찍으며

버팀목이 되어주던 나의 일급비서  

 

지난 늦가을 오후

늘그막에 함께 살 흙집 한 채 지으려고

주민센터 인감 한 통 떼러갔더니

엄지손가락 지문 다 없어졌다

 

나의 모든 것

숨겨진 비밀창고 도둑 들었다

핫라인도 뚝 끊겼다

 

지문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진 그놈 앞으로

흙집이라도 한 채 물려주려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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