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상생의 손

김욱진 2016. 11. 9. 19:21

           상생의 손

 

호랑이 꼬리 닮은 호미곶에 가면

육지와 바다는 한 몸이다

육지는 왼손을, 바다는 오른손을 번쩍 쳐들고 있다

손과 손이 만나 뭍과 바다를 낳고 

더불어 사는 세상 쥐락펴락하는 손아귀도 

한낱 가느다란 손가락일 뿐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오늘

손가락 같지 않은 손가락을 내밀며

당신의 엄지손가락이 되겠노라고 

손도장 몇 번 꾹꾹 눌러 찍었다

그리고 바다에서 불쑥 솟은 오른손을 향해 

새끼손가락 걸자며 재롱부렸다 

 

엄지 따라온 검지 중지 약지 소지들이

구부정한 어깨 쭉 펴고 서서

오른손 손가락 끄트머리 날아 앉은

갈매기들과 가족사진 한 장 박아

울렁대는 파도벽 한 모퉁이

한 폭 그림처럼 외따로이 걸어두고

둥지로 돌아갈 무렵

다섯 손가락 펴든 갈매기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족들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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