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후손들 앞에서
항상 나를 먼저 치켜세워주고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세상
큰일 펑 터질 때마다
손도장 꾹 눌러 찍으며
버팀목이 되어주던 나의 일급비서
지난 늦가을 오후
늘그막에 함께 살 흙집 한 채 지으려고
주민센터 인감 한 통 떼러갔더니
엄지손가락 지문 다 없어졌다
나의 모든 것
숨겨진 비밀창고 도둑 들었다
핫라인도 뚝 끊겼다
지문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진 그놈 앞으로
흙집이라도 한 채 물려주려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