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고양이 밥을 주다

김욱진 2016. 11. 9. 19:14

   고양이 밥을 주다

 

  

등창 도려낸 자국처럼 움푹 팬 

할머니 제삿밥 몇 숟갈

어둠에 짓이겨 고수레 하였더니

어미 고양이 한 마리

귀신같이 와서 먹고 갔다

그 다음날 밤

생쥐 한 마리 꽉 문 채

새끼 줄줄 데리고 왔다

재취로 시집오신 할머니처럼 

가시조차 발라먹지 않은 조기

시렁 위에 가지런히 얹어두었더니

가시덤불 같은 살붙이 핥아먹는

달빛마저 한 접시 싹싹 다 긁어먹고 갔다

저승 계신 할머니

내년 이맘때까지 또 쫄쫄 굶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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