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눈길

김욱진 2016. 11. 9. 19:32

                                  눈길 

                                                    

  

나뭇가지 겨우 눈 뜬 삼월

함박눈이 내린다

철없는 눈끼리 마주쳤다

30년 전

대퇴부 골절 수술을 받고

반듯이 누워 있는 내 머리맡으로 

짜릿한 눈길 스쳐 지나갔다 

교통사고 당한 아버지 밤낮 수발하는 여자  

내 옆 침대 고꾸라져 새우잠 자고

출퇴근하는 그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병실 한 구석에서 눈길 틔웠다 

대소변 봐야 할 난감한 눈길 보내면

급히 다가와 변기 대어주는 손길    

누워서 양치하고 머리 감는 법 

은근슬쩍 가르쳐주고 가는 손길

겹겹이 내 눈길로 와 닿았다 

경칩 지나고 손 없는 날

눈사람처럼 서서 바라보는

그녀 눈길 둘둘 말아 넣으며

퇴원 짐 보따리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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