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나뭇가지 겨우 눈 뜬 삼월
함박눈이 내린다
철없는 눈끼리 마주쳤다
30년 전
대퇴부 골절 수술을 받고
반듯이 누워 있는 내 머리맡으로
짜릿한 눈길 스쳐 지나갔다
교통사고 당한 아버지 밤낮 수발하는 여자
내 옆 침대 고꾸라져 새우잠 자고
출퇴근하는 그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병실 한 구석에서 눈길 틔웠다
대소변 봐야 할 난감한 눈길 보내면
급히 다가와 변기 대어주는 손길
누워서 양치하고 머리 감는 법
은근슬쩍 가르쳐주고 가는 손길
겹겹이 내 눈길로 와 닿았다
경칩 지나고 손 없는 날
눈사람처럼 서서 바라보는
그녀 눈길 둘둘 말아 넣으며
퇴원 짐 보따리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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