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꾸벅, 절하는 섬

김욱진 2016. 11. 9. 19:29

           꾸벅, 절하는 섬

 

  

먼 나라 얘기처럼 까마득하다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 한 초등학교로

일 년간 파견 근무하러 간 딸내미

매일 아침 꼬박꼬박 저금하듯

카톡으로 꾸벅, 절하고 출근한다 

함께 살 땐

세뱃돈 거들먹거리며

설날에나 겨우 한 번 엎드려 받던 절 

공짜로 톡톡 받아먹으니     

날마다 고소하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고스란히 떠안을 빚 같기도 해서

나도 꾸벅, 따라 해보는데

'꾸벅'이 뒤엉켜 '버꾹'으로 날아가

뻐꾹, 하고 절할 때도 있다

그러면 금세 ㅋㅋ

맛깔스런 망고 파파야 구아바 두리안

바리바리 실어 보낸다, 덤으로  

바다 한가운데 홀로

땅 짚고 물구나무 서있는 섬

사진 한 장

눈요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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