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상화가 살아있더구만
수성못 둑을 돌다
이상화 시비 앞에서
우연히 시비 붙은 영감들 얘기 받아 적는다
아직도 이상화가 살아있더구만
계산 성당 옆 골목길로 몇 걸음 들어서면
오래된 집 한 채 있는디
이상화가 그 집에 살고 있더구만
부엌에 가마솥 하나 걸렸고
마당엔 목마른 사람들 마중물 할
시비가 촘촘히 서있더구만
막걸리 걸쭉하게 마시고 갔던 그날
울컥,
빼앗긴 들판 펌프질하는 사이
영감은 수성못 둑에 와 있었구만
내가 헛것을 보았나
멀찌감치서 영감들 얘기 엿들은 물오리 떼
그 영감 등에 업고
기우뚱 기우뚱 인공 섬으로 돌아간다
까치집 불빛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수성못 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