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서문 야시夜市

김욱진 2016. 11. 9. 19:31

          서문 야시夜市

 

군 제대하고 집에서만 빈둥거리는 아들 녀석

세상 보는 눈 좀 틔워줘야겠다 싶어

한여름 밤 서문시장 데리고 갔다

야시장 먹거리 메뉴 이것저것 눈요기하다 

맷돌로 갈아 빚는 녹두빈대떡에

시선이 멎다

‘빈대총각’이라는 이름의 포차에서   

한 총각은 사장, 다른 총각은 부장 직함을 달고

빈대떡 불티나게 구워 판다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본 적 없는 아들 녀석

빈대 치는 총각 딱지 떼고 싶은 지

내게 선불로 삼천 오백 냥 넙죽 받아들고

길게 늘어선 줄 끄트머리 십여 분 기다리고 서있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라는 노랫말

제법 흥얼거리며 빈대떡 신사 한껏 흉내 내고 있다

그 바로 옆 콩나물에다 양념 오뎅 버무린

장여사 나뭇잎만두 파는 포차 앞, 줄 선 사람들도 

후끈 달아오른 빈대떡 신사 노래 따라 부른다

와하하하 우습다 이히히히 우스워 

소문난 서문 야시 골목

야시처럼 돌아다니는 사람과 사람들,

잡화엄雜華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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