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기고 간 자리
노원숙
무창포, 밤의 입구에 닿았다
바람이 수면 속을 내달리는 동안
파도는 아코디언처럼 제 몸의 주름을 꺼내 해풍을 연주한다
썰물에 앙상한 제 뼈를 다 드러낸 무창포, 이곳의 명물은 모세의 기적이다
성경 속 모세가 도시 어느 쪽으로 난파됐는지 알 수 없는 지금
나는 몇 모금 목마른 그리움을 해풍에 적시기라도 하려는 듯
무작정 이곳까지 밀려들었고 눈부신 인파들의 야광 같은 웃음들 속에
이 밤, 자객처럼 나도 그 속에 하나의 그림으로 박혀든다
무창포, 이곳에 다다르면
문명 저쪽 한낮의 연체된 갈증들과 밀린 일상의 근심들조차
한낱 갈매기의 새우깡 반 토막 보다도 작아지고 마는,
누구든 이곳에서 오면 바닷물을 찍어 오래전 구약성서의
안쪽에서 밤새 하나의 새로운 출애굽을 써내려가도 좋을,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아침이 되자
누군가의 호미 속에서 오래된 말씀 하나 진주알처럼 반짝, 들춰진다
<<노원숙 시인 약력>>
*1959년 경북 고아 출생
*대구계명대학교 대학원 교육철학과 및 유아교육과 졸업
*2001년 교육부장관 표창장,
*2014년 공무원문예대전 안행부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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