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묽다/문태준

김욱진 2010. 9. 18. 22:52

   묽다

         문태준

 

 

 

 

새가 전선 위에 앉아 있다

한 마리 외롭고 움직임이 없다

어두워지고 있다 샘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논에 못물이 들어가듯 흘러들어가

차고 어두운 물이

미지근하고 환한 물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물을

섞이면서 아주 더디게 밀고 있다

더 어두워지고 있다

환하고 어두운 것

차고 미지근한 것

그 경계는 바깥보다 안에 있어

뒤섞이고 허물어지고

밀고 밀렸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다릴 수 없도록 너무

늦지는 않아 벌써

새가 묽다

 

 

- 시집 <가재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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