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머니
신달자
아버지보다 스무 살이 아래인 그 여자
하얀 노인이 되어 임종을 맞아 누워있네
아버지의 물이 저 여자의 어디까지 스미게 했을까
앙상한 뼈가 한 개 성냥개비 같다
돌아누운 그 여자 꽁지뼈가 솟은 못 같다
살가웠던 아버지의 더운 손을 저 뼈는 기억하고 있을까
엉덩이가 한 바지기만하다고
그걸 육자배기처럼 흔들어 아버지를 꼬신다고
어머니 독 묻은 욕을 소나기처럼 맞던
그 엉덩이살은 다 어디로 갔나
아들 두엇 낳았지만 호적엔 아직 처녀인 팔순의 뼈
저 여자 등짝에 붙은 이름은 늘 세 번째 첩이었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몸으로 쓸어 간 아랫도리나
어머니가 어머니의 손으로 뜯어 간 머리카락은 먼저 이승을 떠났는지
밋밋한 신생아 그것 같다
작은 어머니!
누구나 그년이라고만 부르던 차가운 귀에
마지막 선물로 정확한 호칭을 불러주었다
반시신이 부드럽게 펴지듯 눕는다
붉은 황토물이 여자의 생을 다 훑고 내 어깨에 와서 파도친다
형님요
그곳에 가서도 머리를 땅에 대고 어머니를 부를까
아버지의 입이 저승사자의 주머니에 들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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