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긍정적인 밥/함민복

김욱진 2010. 8. 15. 13:59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 「긍정적인 밥」(『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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