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은 나무
마경덕
나무의 소원은 잘 죽는 것
천수를 누리고 고사목이 되느니 잘 죽어 다시 태어나는 것
부활은 모든 나무의 꿈이다.
다발다발 책으로 묶인 뒷산의 산닥나무
고집 센 산딸나무 도마는 온 몸에 칼자국이다
비염을 앓던 오동나무 주유소 오동나무는 소원대로 거문고가 되었다
얼결에 벼락맞은 대추나무도 목도장으로 태어났다
나무들의 금기는 고로롱 팔십, 결코 지지리 궁상으로 살지 않는 것.
때 맞춰 잘 죽은 나무는 반드시 소원을 이룬다
말구유가 된 나무는 자다깨어 빈구유에 아기를 누이고 깍듯이 큰 절을 받았다
가시나무는 뜻밖에 면류관이 되었고
버려진 나무기둥은 일곱번 쓰러지며 마침네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
죽은 나무들이 두려워하는 건 못박힌 목수의 손
흰 속살을 꺼내 반죽하듯 나무를 빚는 목수는 톱과 망치로
죽은 나무의 미래를 결정한다.
전직이 목수인 마굿간의 사내도 손에 깊은 못자국을 남겼다
평생 못을 치다 죽은 아버지의 손에도 못이 박혀 있었다.
이천년 전 갈보리산에서 피흘린 그 나무
사흘만에 부활한 '가장 잘 죽은 나무.'
두툼한 족보속에서 걸어나온다.
- 시와 창작 2008 여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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