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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첫차르 탔다

김욱진 2017. 11. 27. 06:24

                     새벽 첫차를 탔다

 

 

500원 얻기위해.. 할머니는 새벽 첫차를 탔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김모(72) 할머니는 매주 목요일마다 첫차(ITX)를 타고 서울 강남에 온다.

서울 서초·반포·신사동 일대 교회 5~6곳은 예배가 없는 매주 목요일 '무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오전 9시에 다른 교회에서도 먹을거리와 돈을 줘요. 점심때는 신사동에 가야 하고요." 그는 "우리 처지에 병원 갈 일이라도 생기면 막막해서, 이 돈이라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컵라면과 두유, 1000원 지폐를 나눠주는 서초동의 또 다른 교회에도 매번 300명 이상 모인다.

 

종교단체 무료 급식 받으려 어르신 200~300여명 몰려
떡·삶은 계란 등 함께 받아.. 매주 목요일 강남 일대 교회 배식시간 따라 2~6곳 순례

경기 구리시에 사는 김모(72) 할머니는 매주 목요일마다 첫차(ITX)를 타고 서울 강남에 온다. 벌써 4년째다. 서울 강남 일대 교회에서 나눠주는 배식품과 500~ 1000원 정도의 용돈을 받아가기 위해서다. 서울 서초·반포·신사동 일대 교회 5~6곳은 예배가 없는 매주 목요일 '무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최근 오전 7시쯤 서울 반포동의 한 교회에 도착했을 때 '7번' 번호표를 받았다. 교회 측이 도착 순서에 따라 나눠주는 것이다. 곧 할머니 뒤로 노인들이 긴 줄을 섰다. 오전 8시가 되자 교회 신도들이 떡과 삶은 계란, 그리고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씩 나눠줬다. 준비한 것은 300인분. 대략 이날 찾아온 사람들 수와 비슷하다. 배식 시간에 맞춰 나와도 배식품과 동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1시간 정도 일찍 나와 찬 바람을 맞고 있었다. 빨리 받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김 할머니는 "오전 9시에 다른 교회에서도 먹을거리와 돈을 줘요. 점심때는 신사동에 가야 하고요." 그는 "우리 처지에 병원 갈 일이라도 생기면 막막해서, 이 돈이라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교회나 성당 등 종교 단체의 무료 배식 현장을 찾으면 대개 60~80대 노인들이다. 종교 단체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거리로 나온 노숙인들의 자활(自活)을 돕기 위해 간식을 주거나 소액의 용돈을 주는 봉사를 해왔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교회를 찾는 노숙인은 많이 없어졌다. 그 자리를 가난한 노인들이 대신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교회 앞에 노인 200여 명(위 큰 사진)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 교회에서 가난한 노인에게 나눠주는 용돈 1000원을 받기 위해서다. 또 다른 교회에선 한 노인이 500원짜리 동전과 라면·떡 등을 받기 위해 ‘279’라고 적힌 대기표(아래 왼쪽)를 들고 있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은 음식과 용돈을 얻고자 비닐봉투(아래 오른쪽)를 들고 무료 나눔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장련성 객원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교회 인근 공원. 허리가 굽은 노인 100여 명이 수십m 줄지어 앉아 있었다. 교회는 기다리는 동안 앉아 있을 돗자리를 나눠줬다. 돗자리 뒷면에도 선착순에 따라 숫자가 적혀 있었다. 돗자리가 번호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원 한쪽에서 "내가 먼저 자리 잡았다"며 노인들끼리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교회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가난한 노인들이다. 멀리서 일부러 찾는 노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경기도에서 온 일흔다섯 살 할아버지는 "전단을 돌려서 먹고살았는데 넘어져서 다리를 다친 뒤로 일을 며칠 못 했더니 다른 노인에게 일자리를 뺏겼다"고 했다. 그는 "당장 먹고살기가 막막해졌는데 교회에서 500원을 준다길래 소문을 듣고 왔다"고 했다. 컵라면과 두유, 1000원 지폐를 나눠주는 서초동의 또 다른 교회에도 매번 300명 이상 모인다. 매주 배식과 용돈 봉사를 하는 종교 단체들이 지하철역과 가까운 것도 이유가 있다. 거동이 힘든 가난한 노인들이 무료 지하철과 교외선을 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도 높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0.6%의 4배에 달한다.

서울 반포동의 한 교회에서 30년간 자원봉사자를 한 신도는 "1년 전에는 100~250개 정도 준비했는데, 최근엔 300개도 부족하다"며 "20년 전엔 40~50대 실직자가 많았는데, 그때 실직한 사람들이 가난한 노인이 돼서 다시 찾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의 또 다른 교회는 오전 9시쯤 컵라면 한 개와 두유,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나눠줬다. 30분 만에 준비한 지폐 200장이 모두 나갔다. 돈을 받은 노인들은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다른 교회로 가기 위해 곧바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