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
그 반딧불이가 찾아온 날은, 캄캄한 밤이었다
창문 다 열어놓고, 간신히 걸친 등거리도 벗고
거실 마루에 누워 잠 청하던 밤이었다
처음 나는 그것이 어디서 반사된, 아니, 내 비문증 때문인 줄 알았다
먼 곳에서 켜진 성냥불처럼 반짝이던 것
어두운 풀숲 속의 작은 달개비 꽃잎같이 피어 있던 그것
나는 그 飛蚊을 지우려고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빛이었다
창문 위에서 천정으로, 그곳에서 다시 벽으로 옮겨가며 반짝이는 것
저것이 무엇일까? 잠결에, 어렴풋이 뜬 눈으로
그 빛의 움직임을 한참이나 지켜본 후, 비로소 나는 알아차렸다
반딧불이라는 것을― . 내가 곤충도감이나 형설지공이라는 故事에서나 들어본
그 반딧불이라는 것을― .
세상에, 반딧불이라니! 태어나 처음 본 반딧불이가 집안으로 들어와,
저렇게 맑고 은은한 빛을 켜놓고 있다니!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빛을 머금고 있다니!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망막에 오로라가 일렁이는 시선으로
이 세상의 빛이 아닌 것 같은, 그 빛을 지켜보았었다
암호 같은, 무슨 상형의 기호 같은, 그 빛을 지켜보았었다
캄캄한 밤, 이 세상과 절연한 듯한 숲 속의 집
불이란 불 다 끄고, 별마저 지워진 이 깊은 밤에
반딧불이가 나타나, 저렇게 어두운 허공에 맑은 형광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니!
한 줄기 맑은 물줄기의 길이, 숲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너무도 시원히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였다
그러나 내 몸 속에 켜진 불로 밤새 잠 못 이룬 밤이었다
너무도 무더운 여름날의 밤이었다
시집 '도장골 시편'(천년의 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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