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박형권
달이 뜨지 않는 그믐밤이면 바다는 스스로 밝다
파도에 뛰어든 뿌연 인광이 항구의 앙가슴처럼 스스스 무너진다
아직 누구도 허락하지 않은 순결한 밤일수록 더욱 빛난다
빛도 바다의 일부분인 것을 어부들은 안다
가덕도 사람들은 어두운 밤바다의 인광을 ‘시거리’라고 부른다
인도에서 흑조黑潮를 타고 온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다의 인광은 바다의 말일 것이다
사실은 야광충이 내는 빛이지만 나는 여전히 말이 빛을 내는 거라고
믿는다
누구나 한번은 어휘가 많은 인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말의 고향인 인도로 한번 놀러가고 싶었다
그 그믐밤 아버지는
나를 저어 탕수구미로 낚시를 갔다
칠흑 같은 바다가 노의 궤적을 그렸다
몰고씨이를 꿰고 바다에 넣자 바다가 몰고씨이의 궤적을 그렸다
그런 밤은 붕장어의 밤이다
섬광 같은 신호가 왔다 바다 밑이 외등을 켰다
꿈틀거리는 빛의 반란!
바다는 살아있는 빛을 모국어로 썼다
모두 몸으로 뒤채는 언어였다
그 사이 이 행성의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가덕도의 밤은 육지에서 꺼졌고 이제 시거리로 말하지 않는다
밥 묵었나? 하고 이웃을 빛나게 하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말의 시대는 내가 시거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떠나가고 있었다
가덕도 탕수구미의 황홀한 말씀이시여... 상향尙饗!
*몰고씨이: 갯지렁이의 가덕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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