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殉葬의 얼굴
남시우
이 숲은 오래 전 깊은 바다 속에서 인양되었다
날것들의 비릿함이 녹슬어가는 어물전좌판 바닥을 기거나 심해를 헤엄치다 순장되어있던 갑각류 혹은, 지느러미들
마지막 파닥거림이 굳어 있는 진열된 어종들을 들여다보면 같은 이름으로 모여 있다 같은 종끼리 잡혀 온 순장이다
원산지 적힌 바다의 푯말이 짭짤한 식욕을 불러오고 살아서 누비던 바다가 또렷이 기록되어 있는 눈, 마지막으로 삼킨 파도가 목에 걸린 입은 다물지 못하고 열려있다
생의 어느 쪽이든 살아있는 값과 죽은 값은 있기 마련이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순례처럼 냄새나는 일별로 눈을 뜨고 있는 얼굴
내장을 버리고 서로 밀착한 몸이 다른 한 몸을 감싸고
살아서 닿지 못한 간격을 좌판에서 좁히는 쌀쌀한 날씨에 절여진 한 쌍이다
비린 눈물 흘린 것들의 형태를 보고 싶다면 이 골목을 보라
시간을 벗고 일어서는 동안 의식의 마침표는 흐려진다
물고기 한 마리 헤엄치지 못하는 골목에 수 백 마리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다
지금껏 나는 순장된 것들이 제 살점에 절여둔 깊은 물살을 먹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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