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하였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안도현 (0) | 2018.09.30 |
---|---|
불혹의 추석/천상병 (0) | 2018.09.30 |
비꽃/사윤수 (0) | 2018.09.04 |
슬픔의 깊이/사윤수 (0) | 2018.09.02 |
구층암 모과나무/권갑하 (0) | 2018.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