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불혹의 추석/천상병

김욱진 2018. 9. 30. 08:05

  불혹의 추석

  천상병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아니건마는,

더 쓸쓸한 사유는

고칠 수 없는 병 때문이다.

 

막걸리 한 잔,

빈촌 막바지 대폿집

찌그러진 상 위에 놓고,

어버이의 제사를 지낸다.

 

다 지내고

복을 하고

 

나이 사십에,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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