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추석
천상병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아니건마는,
더 쓸쓸한 사유는
고칠 수 없는 병 때문이다.
막걸리 한 잔,
빈촌 막바지 대폿집
찌그러진 상 위에 놓고,
어버이의 제사를 지낸다.
다 지내고
음복을 하고
나이 사십에,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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