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온종일 햇볕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몸이 따끈따끈해진 그 많은 조약돌들이
아아, 바로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고등어 한 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 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구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현대문학북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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