뗀다 에서 든다 까지
박언숙
젖을 먹는 새끼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어미가 젖을 주다가 벌떡 일어서는 것이다
입에 물고 있는 젖꼭지가 영원히 제 차지가
아님을 알아야 되는 때가 왔다는 것
어미는 슬슬 젖 뗄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젖은 어미 것이지만 잠깐 젖먹이들 빌린 것이라
먹어야 될 때는 무한정 퍼 주기는 하겠지만
떼야겠다는 책임 또한 냉정해서 여축이 없다
정이란 의도와 달리 너무 깊어도 무섭다
마음과는 다르게 제 멋대로 젖어드는 것이고
끈끈하고 찰지게 안겨 붙는 것이라
드는 것에 속수무책인 그 많던 정처들
다 어디로 갔는지 다시 오지 않았다
갈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어린 것들에게
청천벽력 벌떡 일어나는 어미의 맘은 어떨까
입에 물고 있는 젖꼭지를 뾱 소리와 함께 뺏긴 놈도
물고 버티며 질질 딸려가던 놈도
화끈거리는 분홍 발바닥에 곧 흙물 들 때다
2018 <애지>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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