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벌레 정일근
가시 속살 먹고사는 애벌레의 똥은 자주색 노란 배추 속살 먹고사는 애벌레의 똥은 노란배추색 잘 익은 벼 먹고사는 메뚜기의 똥은 황금색인데 시 먹고사는 시벌레는 시와 다른 색 똥을 눈다 향기로운 것 먹고 사는 것들의 똥은 향기로운 법인데 향기로운 시를 갉아먹고 사는 시벌레들은 된똥 줄똥 설사똥 때로는 변비에 끙끙거리며 피똥을 누며 사는 모양이다, 글쎄 신간 문예지 우편으로 받아 읽다가 시벌레가 시 갉아먹고 퍼질러놓은 똥이 만져질 때마다 지독하다 그 냄새 참 구리다 그런 날은 시를 쓰기도 읽기도 싫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