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시벌레/정일근

김욱진 2018. 10. 24. 20:05

                  시벌레  

                   정일근

 

가시 속살 먹고사는 애벌레의 똥은 자주색

노란 배추 속살 먹고사는 애벌레의 똥은 노란배추색

잘 익은 벼 먹고사는 메뚜기의 똥은 황금색인데

시 먹고사는 시벌레는 시와 다른 색 똥을 눈다

향기로운 것 먹고 사는 것들의 똥은 향기로운 법인데

향기로운 시를 갉아먹고 사는 시벌레들은

된똥 줄똥 설사똥 때로는 변비에 끙끙거리며

피똥을 누며 사는 모양이다, 글쎄

신간 문예지 우편으로 받아 읽다가

시벌레가 시 갉아먹고 퍼질러놓은 똥이 만져질 때마다

지독하다 그 냄새 참 구리다

그런 날은 시를 쓰기도 읽기도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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