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사랑/박소유

김욱진 2018. 10. 31. 15:51

                     사랑

                     박소유 
 
마흔에 혼자 된 친구는 목동에 산다 
전화할 때마다 교회 간다고 해서 
연애나 하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목소리에 묻어나는 생기를 느끼며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만 했다 
전어를 떼로 먹어도 우리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단풍잎 아무리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데 
그 먼 곳에 있는 너를 어떻게 알고 찾아 갔으니
 
사랑은 참, 눈도 밝다



―시집『어두워서 좋은 지금』(천년의시작,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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