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김종삼 시인
황명걸
'종삼’의 분위기를 풍기며
삼류를 자처했던
마이너 리그 소속
김종삼 시인
그는 모리스 라벨을 좋아했다
그리고 무척 시행을 아꼈다
뒷주머니에 비죽 거죽을 내민 월급봉투를
무슨 비밀이라도 들킨 양 황망히 쑤셔 넣으며
곶감 빼어 먹듯 지폐를 뽑아 썼다
급기야는 씨를 말렸다
그러고는 돈을 꾸러 다녔다
낡은 베레모 앞으로 눌러 대머리를 감추고
여윈 양손 바지 호주머니에 찌르고서
성병걸린 사람처럼 어기적어기적 걷던
안짱다리 사내
툭하면 쌍놈의 새끼 소리를 연발했던
못말릴 선배
그는 시에 있어서 지독한 구두쇠였다
일상에 있어서는 밉지않은 무뢰한이었다
정신적으로는 고독한 배가본드였다
삶의 철저한 리버럴리스트였다
- 시집『내 마음의 솔밭』(창작과비평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