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이석구
늦은 저녁 비 온다 땅콩만 한 빗방울이다
투두둑 운주사 와불
집 밖을
나설 때부터 좀약 냄새가 난다
맨살을 덮을수록
바람에 날릴 것 같은
휘어진 등에 걸쳐 걸어가며 입어야 할
내 생애
옷 한 벌이라 세탁하여 말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물일까
아무데나 발 닿아도 문 열고 달을 보며
옷깃이
접힌 모양대로 길을 가는 중이다
*유심지조낭송회(10월 6일)에서 낭독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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