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만행

김욱진 2010. 11. 5. 09:37

            만행

                    이석구

 

 

 

 

늦은 저녁 비 온다 땅콩만 한 빗방울이다

투두둑 운주사 와불

집 밖을

나설 때부터 좀약 냄새가 난다

 

맨살을 덮을수록

바람에 날릴 것 같은

휘어진 등에 걸쳐 걸어가며 입어야 할

내 생애

옷 한 벌이라 세탁하여 말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물일까

아무데나 발 닿아도 문 열고 달을 보며

옷깃이

접힌 모양대로 길을 가는 중이다

 

 

*유심지조낭송회(10월 6일)에서 낭독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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