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밥값 외 2편/정호승

김욱진 2010. 11. 7. 09:52

밥값 외 2편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부활

 

 

진달래 핀

어느 봄날에

돌멩이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돌멩이가 처음에는

참새 한 마리 가쁜 숨을 쉬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차차 시간이 지나자 잠이라도 든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

내가 봄 햇살을 맞으며

엄마 품에 안겨

숨을 쉬듯이

 

 

    결빙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 시집 『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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