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외 2편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부활
진달래 핀
어느 봄날에
돌멩이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돌멩이가 처음에는
참새 한 마리 가쁜 숨을 쉬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차차 시간이 지나자 잠이라도 든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
내가 봄 햇살을 맞으며
엄마 품에 안겨
숨을 쉬듯이
결빙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 시집 『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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