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로 본다는 것
박남희
그는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멋을 위한 것일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희뿌연 달무리가 떠오른다
달에게 달무리는 왜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면
안경 테두리의 효용을 이해할 수 있다
눈과 세상 사이가 너무 황홀해
그 사이에 유리는 빼고 그냥 테두리로
세상을 보고 눈을 본다는 것
그냥 맨눈으로 보는 것이 너무 죄송해서
테두리로 보는 것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다
눈부신 세상을 바라볼 때
까만 테두리가 있어 세상이 또렷이 보이는
그런 당위성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테두리로 본다는 것
그것에는 왜 유리가 없느냐고 나무랄 수 없는
유한의 광활한 바깥이 있어
달보다 달무리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토성이 천왕성을 보듯
그는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세상의 바깥을 본다
- 『유심』2010.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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