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테두리로 본다는 것/박남희

김욱진 2010. 11. 8. 14:11

테두리로 본다는 것 

          박남희

 

 

 

 

그는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멋을 위한 것일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희뿌연 달무리가 떠오른다

달에게 달무리는 왜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면

안경 테두리의 효용을 이해할 수 있다

 

눈과 세상 사이가 너무 황홀해

그 사이에 유리는 빼고 그냥 테두리로

세상을 보고 눈을 본다는 것

 

그냥 맨눈으로 보는 것이 너무 죄송해서

테두리로 보는 것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다

 

눈부신 세상을 바라볼 때

까만 테두리가 있어 세상이 또렷이 보이는

그런 당위성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테두리로 본다는 것

 

그것에는 왜 유리가 없느냐고 나무랄 수 없는

유한의 광활한 바깥이 있어

달보다 달무리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토성이 천왕성을 보듯

그는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세상의 바깥을 본다

 

 

- 『유심』2010.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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