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문경/변희수

김욱진 2019. 3. 12. 09:45

문경*/ 변희수

 

 

그날 흙과 불을 부리고 마루를 넘는 이들 편에 어떤 소식을 들으러 갔는데 귀를 열어 소문을 듣기도 전에 뜬금없는 곳에서부터 들리는 경사가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우리보다 먼저 경사를 확인하고 간 이가 있어서 골짜기마다 사과꽃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흰옷을 입은 바람의 종지기들이 몰려와서 댕댕댕 종을 흔들어댈 때마다 꽃들은 일파만파여서 영을 넘는 종소리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품속에서 일제히 꺼낸 두루마리 소식처럼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어떤 경사가 짐작되고도 남았지만 그 중에는 서둘러 일찍 낙향하는 이들도 있는 눈치여서 후일을 미리 낙점해두고 떠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흰 꽃 옆에는 붉은 딱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뜯어보지 못한 소식들이 궤짝마다 넘쳐났다

 

 

* 문경새재. 옛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조령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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