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봄비, 망울 하나 낳아놓고/우영규

김욱진 2019. 3. 25. 09:56

봄비, 망울 하나 낳아놓고

우영규


밭둑가 덩그런 컨테이너 지붕에

모여 우는,

미간만큼 열린 창틀 사이에

오종종 모여 우는,


치마 끝에 젖어들어

위태로운 여인을 대뜸 꺼내놓으려나

그 겹겹의 속내를

맨 허벅지처럼 꺼내놓으려나


가지 끝에 기어이 망울 하나 낳아놓고

겨우내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던,

왜 우느냐고 물어도 설명하지 못하는,

주름치마 성글게 고쳐 입은

여인의 텅 빈 눈 속으로 젖어들어


뚝뚝, 서럽게

서럽게 우는 봄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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