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저린 사랑/정끝별

김욱진 2019. 4. 11. 22:36

저린 사랑

정끝별


당신 오른팔을 베고 자는 내내

내 몸을 지탱하려는

왼팔이 저리다

딸 머리를 오른팔에 누이고 자는 내내

딸 몸을 받아 내는 내 오른팔이 저리다

제 몸을 지탱하려는 딸의 왼팔도 저렸을까


몸 위에 몸을 내리고

내린 몸을 몸으로 지탱하며

팔베개 둘이 되어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당신 잠에

내 비명이 닿지 않도록

내 숨소리를 죽이며


저린 두 몸이

서로에게 밑간이 되도록

잠들기까지 그렇게

절여지는 두 몸

저런, 저릴 팔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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