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콩나물국 / 이세진

김욱진 2019. 12. 4. 16:15

콩나물국

이세진


소나무의 씨앗이었으면

기둥 하나 만들기 위해

삼십 년은 바쳤을 것을


콩 껍질 벗고 어두운 곳에서

잠시 물만 뒤집어쓰다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밥상 위에 놓인 콩나물

장엄한 일생을 바친

저 서까래들


이만 하면

큰 절 하나는 거뜬히

짓고 남을 기둥들


김이 오르는 국물 속엔

단청 무늬도 언뜻 비치는

이른 아침


콩나물국 한 그릇

몸속, 집 한 채

지으러 들어가신다


(유고시집『아지랑이 같은 이름 하나』2019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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