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
이세진
소나무의 씨앗이었으면
기둥 하나 만들기 위해
삼십 년은 바쳤을 것을
콩 껍질 벗고 어두운 곳에서
잠시 물만 뒤집어쓰다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밥상 위에 놓인 콩나물
장엄한 일생을 바친
저 서까래들
이만 하면
큰 절 하나는 거뜬히
짓고 남을 기둥들
김이 오르는 국물 속엔
단청 무늬도 언뜻 비치는
이른 아침
콩나물국 한 그릇
몸속, 집 한 채
지으러 들어가신다
(유고시집『아지랑이 같은 이름 하나』2019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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