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반다듬이
송수권
왜 이리 좋으냐
소반다듬이, 우리 탯말
개다리 모자를 하나 덧씌우니
개다리소반상이라는 눈물나는 말
쥐눈콩을 널어놓고 썩은 콩 무른 콩을 골라내던
어머니 손
그 쥐눈콩 콩나물국이 되면 술이 깬 아침은
어, 참 시원타는 말
아리고 쓰린 가슴 속창까지 뒤집어
흔드는 말
시인이 된 지금도 쥐눈콩처럼 쥐눈을 뜨고
소반상 위에서 밤새워 쓴 시를 다듬이질하면
참새처럼 짹짹거리는 우리말
오리, 망아지, 토끼 하니까 되똥거리고 깡총거리며
잘도 뛰는 우리말
강아지 하고 부르니까 목에 방울을 차고 달랑거리는
우리말
잠, 잠, 잠, 하고 부르니까 정말 잠이 오는군요, 우리말
밤새도록 소반상에 흩어진 쥐눈콩을 세며
가갸거겨 뒷다리와 하니 두니 서니 숫자를 익혔던
어린 시절
가나다라 강낭콩
손님 온다 강낭콩
하나, 둘 다섯콩
흥부네 집 제비콩
우리 집 쥐눈콩
소반다듬이 우리말 왜 이리 좋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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