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수상작

32회 정지용 문학상-목도장 / 장석남

김욱진 2020. 8. 23. 18:01

목도장

장석남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