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꽃자리 / 고형렬

김욱진 2020. 9. 23. 08:40

꽃자리

고형렬

 

 

 

사과를 손에 들고 꽃이 있던 자리, 향을 맡는다

꽃이 피던 자리에는 벌이 와서 울던 소리가 남아 있다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다 꽃이 얼마간 피어있던

꽃받침을 아내는 기억 못 한 것 같다 벼껍질로 남은

몇 개 꽃받침은 사과의 배꼽, 오목한 상흔, 낙화보다

슬픈 시간이 갔다 꽃은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가

한 입에 쪽이 지는 홍옥 소년의 향긋함, 해숙씨

사과엄마는 그 연분홍 어린 꽃이 아니었겠니 그리고

어린 그 꽃은 과수의 아이가 아니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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