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고형렬
사과를 손에 들고 꽃이 있던 자리, 향을 맡는다
꽃이 피던 자리에는 벌이 와서 울던 소리가 남아 있다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다 꽃이 얼마간 피어있던
꽃받침을 아내는 기억 못 한 것 같다 벼껍질로 남은
몇 개 꽃받침은 사과의 배꼽, 오목한 상흔, 낙화보다
슬픈 시간이 갔다 꽃은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가
한 입에 쪽이 지는 홍옥 소년의 향긋함, 해숙씨
사과엄마는 그 연분홍 어린 꽃이 아니었겠니 그리고
어린 그 꽃은 과수의 아이가 아니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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