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생각의자 / 유계영

김욱진 2020. 9. 23. 09:59

생각의자

유계영

 

불가능해요 그건 안돼요

간밤에 얼굴이 더 심심해졌어요

 

너를 나라고 생각한 기간이 있었다

 

몸은 도무지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없는데도

나는 내 몸을 생각할 때마다 아름다움에 놀랐다

 

나는 고작 허리부터 발끝까지의 나무를 생각할 수 있다

냉동육처럼 활달한 비밀을 간직한 나무의 하반신을 생각할 수 있다

 

나무의 상반신은 구름이 되고 없다

 

어떤 나무의 꽃말은 까다로움이다

 

사람들은 하루를 스물네 마디로 잘라 둔 뒤부터

공평하게 우울을 나눠가졌다

나는 나도 아닌데

왜 너라고 생각했을까

 

의자를 열고 들어가 앉자

늙은 여자가 날 떠났다

나는 더 오래 늙기 위한 새 의자를 고른다

나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를 내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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