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일기․1
청춘에 한 남자를 잃고부터
이 세상 더 이상 잃을 게 뭐 있냐며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주고 살아오신 어머니
구순 고개 훌쩍 넘더니만
이승도 저승도 다 내 것으로 보이시는지
담 너머 옆집 애호박도 그저 따오고
간간이 건넛집 밭뙈기 상추며 정구지도 뜯어오고
이 골목 저 골목 떠돌아다니는 욕이라는 욕마저도
버젓이 빈 병이나 비닐봉지에다 다 주워 담아 오고
그렇게 쓸쓸히 주워 모은 하루하루를
금세 잊어버리는 낙으로 살고 계시는데
그 하루 한시가 못 잊어 전화라도 드리면
이젠 그늘도 그립다
젊은 그 영감, 정신 바짝 차리고 살라더니
밤이면 밤마다
날 붙들고 늘어지는 통에
살맛이 난다 그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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