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풍문으로 들었소

김욱진 2020. 11. 8. 20:19

풍문으로 들었소

 

 

비슬산 참꽃 시화전

참꽃을 따 먹어 본 사람들은 다 왔더라

시는 뒷전이고 행간으로 막 터져 오르는 꽃숭어리

눈요기하듯 그림만 힐끗

참, 참꽃 그림 기막히게 잘 그렸더라

풍문으로 들었소

참꽃은 오가는 길을 막고, 기를 막고

그림처럼 기막히게 피려고 몸부림치더라

몸부림치더라, 는 소문마저

소쩍이는 소쩍소쩍 울음으로 전하더라

그 울음, 고불고불 고개 넘을 적마다

하늘다람쥐는 땅 짚고 오도카니 서서

입맛만 쪽쪽 다시더라

그게 다 시더라, 그림이더라

평생 방아 찧고 살아온 방아깨비도 고개를 끄덕끄덕

허기진 벌 나비는 참꽃 술에 목축이더라

참꽃 전 부치는 포차 한 모퉁이서

딸꾹질하는 시인들 술잔에 푹 빠져

시는 그림의 떡이라고, 앵앵거리더라

봄바람 살몃 시 한 구절 애절히 읊고 가는 사이

기막힌 시들이 생기를 찾기 시작하더라, 참

꽃에 가려진 시가 그림 만나 바람피웠다는 뒷얘기도

참새들이 짹짹 다 물어 나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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