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 벽화마을
김욱진
산만데이 그림 한 폭 걸렸습니다
아직도 피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마을 입구 작은 박물관 들어서니
닥지닥지 붙은 판자촌 앞에서
이산가족 찾는 눈빛들로 뒤엉켰습니다
밀물에 밀려와 그냥 무질고 살다
물때 놓쳐버린 달동네 오롯 걸렸습니다
빛과 어둠 어우러져 빚은 달
그림자도 오붓이 걸렸습니다
그때 그 시절 고대로 붓질했습니다
벽이란 벽은 온통 그림으로 허물었습니다
지붕은 알록달록 화장을 했습니다
천지개벽입니다
눈 깜빡할 사이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 길 잃었습니다
앞집은 뒷집에 햇빛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붕 나직이 이고 선 집들 올망졸망 걸어가는 골목
담벼락 타고 거슬러 오르는 어린 물고기들은
어미 되어 바다로 헤엄쳐 갔습니다
으슥한 대중목욕탕에 들앉아 묵은 때를 벗기며
얼룩진 나를 디자인했습니다
안팎이 간만에 개운했습니다
부랴, 감내어울터 빨간 우체통에
감감무소식 한 통 부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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