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도동서원 은행나무님의 말씀-속미인곡 풍으로

김욱진 2020. 11. 8. 20:20

도동서원 은행나무님의 말씀

-속미인곡 풍으로

 

 

삼 년 만에 그분 만나 뵈러 갔더니

수상한 이 시국에 어인 일로 예까지 발길이 닿았는고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또 보는구먼

몇 해 전 시화전 한다며 와서

내게 꾸벅 절하고 막걸리 한 사발 부어주길래

자네 얼굴 유심히 봐 두었네그려

낙동 칠백 리 강줄기 따라

사백 성상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살다 보니

정신줄만은 놓지 않고 올곧게 살아 있다네

그날, 내 말과 내 생각 고대로 받아 적은

자네 시를 골똘히 읽은 기억 아직도 생생하네

이곳 들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뭔가 있는가 싶어 찾아와

뱀 허물 같은 내 껍데기만 실컷 쳐다보고 간다네

여기, 지금, 누가 서 있는가

어릴 적 나는 소학 책만 읽고 다녀 소학동자라 불렸다네

그 소학이 무럭무럭 자라 한훤당이 되고

주렁주렁 매달리는 손주 녀석들 다 품고 사는 김굉필 나무가 되었다네

사백 년 묵은 뱀 한 마리 구불텅구불텅 그림자 지우며 강가로 기어드는

늦가을 어스름 녘, 도동서원 은행나무

라는 님의 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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