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
내게 허리 디스크가 찾아왔다
반갑잖은 손님이다
주소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그 무엇도 알려준 적 없는데 용케도 찾아왔다
여섯 달째 비좁은 방에서
같이 먹고 자고 뒹굴며 지내고 있다
저려 오는 다리 끌고 허리 굽혀 가며
여태 누구에게도 베풀지 못한 적선을
나는 지금 한꺼번에 다 하고 있다
이 세상 산전수전 다 겪은
저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조용히 물으며
한겨울 밭모퉁이 엉거주춤 서 있는
바람 든 무 물끄러미 바라보는 저녁,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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