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판이 다 망가졌다는 소리에, 윽!
얇고 동글납작한 그 판이 망가졌다 말이지
그토록 물러빠진 것이 단단한 척했단 말이지
뼈마디 사이로 새 나간 소문은
카톡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판은 커질 대로 커졌다
그냥 달래고 어르며 살아야 한다는 보수파와
새 걸로 갈아 끼워야 한다는 진보파 사이
탈출한 추간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휘는 허리 꽉 부둥켜안고 몸부림쳤을 거다
판도 아닌 판에 휘둘려
제자리로 돌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터
살도 뼈도 아닌, 물렁뼈
오도독오도독 씹고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짓물러
이젠 그마저 도려내야 할지
덩달아 짓물러버려야 할지
판가름내야 할 순간
엉거주춤 걸친 양다리 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