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디스크

김욱진 2020. 11. 8. 21:05

디스크

 

 

판이 다 망가졌다는 소리에, 윽!

얇고 동글납작한 그 판이 망가졌다 말이지

그토록 물러빠진 것이 단단한 척했단 말이지

뼈마디 사이로 새 나간 소문은

카톡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판은 커질 대로 커졌다

그냥 달래고 어르며 살아야 한다는 보수파와

새 걸로 갈아 끼워야 한다는 진보파 사이

탈출한 추간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휘는 허리 꽉 부둥켜안고 몸부림쳤을 거다

판도 아닌 판에 휘둘려

제자리로 돌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터

살도 뼈도 아닌, 물렁뼈

 

오도독오도독 씹고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짓물러

이젠 그마저 도려내야 할지

덩달아 짓물러버려야 할지

판가름내야 할 순간

엉거주춤 걸친 양다리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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