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나는 다리가 짝짝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처럼 만나
잉꼬부부처럼 서로 보듬고 감싸며
못내못내 붙어 지내던 두 다리
언제부턴가
왼 무릎에서 삐거덕삐거덕 소리가 났고
그 소릴 들을 때마다
오른 무릎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내가 한 걸음 더 힘주어 걸으면 돼지 뭐
너는 그냥 사뿐사뿐 발만 떼, 걸음마 하듯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울퉁불퉁한 세상
절룩거리며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주인은 양쪽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음지가 된 왼 무릎은 점점 소심해졌고
양지가 된 오른 무릎은
불끈 튀어나오는 종아리 심줄을 내려다보며
시나브로 짜증을 냈다
60년 남짓 이 땅 위에 발 딛고
함께 울고 웃고 부대꼈던 나의 양다리는
어느덧 짝짝이 되어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눈도 귀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