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고백

김욱진 2020. 11. 8. 21:05

고백

 

 

나는 다리가 짝짝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처럼 만나

잉꼬부부처럼 서로 보듬고 감싸며

못내못내 붙어 지내던 두 다리

언제부턴가

왼 무릎에서 삐거덕삐거덕 소리가 났고

그 소릴 들을 때마다

오른 무릎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내가 한 걸음 더 힘주어 걸으면 돼지 뭐

너는 그냥 사뿐사뿐 발만 떼, 걸음마 하듯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울퉁불퉁한 세상

절룩거리며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주인은 양쪽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음지가 된 왼 무릎은 점점 소심해졌고

양지가 된 오른 무릎은

불끈 튀어나오는 종아리 심줄을 내려다보며

시나브로 짜증을 냈다

60년 남짓 이 땅 위에 발 딛고

함께 울고 웃고 부대꼈던 나의 양다리는

어느덧 짝짝이 되어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눈도 귀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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